오래된 가구 마경덕 짧은 다리로 버티고 선 장롱 두 장정(壯丁)의 힘에 밀려 끙, 간신히 한 발을 떼어놓는다 움푹 패인 발자국 네 개 한 자리를 지켜온 이십 년의 체중이 비닐장판에 찍혀 있다 잠시 땀을 식히며 들여다본 허름한 목판(木版) 긁히고 멍든 자국이 드러난다 나무의 속살에 이렇듯 상처가 많았던가 언제부턴가 문짝에 틈 하나를 내주고 서서히 기울고 있었구나 머리맡에 서 있는 네게 기대어 책을 읽고 아이를 낳고 TV를 보며 남편의 늦은 귀가를 기다렸었다 열 자나 되는 몸통을 지붕 아래 세우고 방바닥에 뿌리를 내린 묵은 나무 한 그루 어깨를 안아보니 우듬지로 오르는 물소리 들린다 오래된 가구는 아직 숲을 기억하는지 발아래 무성한 그늘을 떨어뜨리고